스마트팩토리, ‘4E’로 더 스마트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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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MPSYTEM 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3-12-08 07:36본문
정봉주 공주대 경영학과 교수jbj@kongju.ac.kr
4차 산업혁명과 Industry 4.0, 스마트팩토리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용어를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지어 언론에서도 이 세 단어들을 혼돈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이 세 단어는 엄연히 다른 단어이고, 포함하는 범위 또한 다르다. 이들의 차이를 살피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의 추진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팩토리가 바라봐야 할 목표에 집중해야만 한다. [사진=셔터스톡]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가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시기에는 다음의 4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 핵심기술의 존재, 두 번째, 핵심기술들간의 연결로 인한 포괄적인 연쇄효과 발생, 세 번째, 경제 구조의 변화, 네 번째, 사회문화적 변화가 그것들이다.
산업혁명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결국 모든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혁신이 늘 밑바탕에 있었다. 새로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들로 제조업의 생산성이 그 당시의 한계치를 넘어설 때, 산업·사회·경제 구조가 재편성되는 흐름으로 진행되어 왔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 제조업의 혁신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4차 산업혁명에서 제조업혁신의 시발점은 바로 스마트팩토리의 등장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작
2000년대 초, 전통적인 제조 강국인 독일은 저출산·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미국에서는 IT기업들이 급성장을 하게 된다. 이 당시 독일에서는 급성장하는 IT기술을 제조업에 활용하여,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킬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하여 2005년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 주도로 공장 내에 IT 기술을 접목하여 고객 맞춤 생산과 유연한 생산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공장 시스템이 제안된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팩토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 KL'이다. 이 당시 등장한 스마트팩토리 개념이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독일 정부는, 스마트팩토리 보급을 위한 산업정책을 준비한다. 이때 제안된 독일의 산업정책이 'Industry 4.0'이다.
이후 OECD에서는 스마트팩토리의 개념을 생산시스템뿐만 아니라, 원재료와 에너지 분야까지 확대하여 '차세대 생산혁명'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드디어 2016년 다보스 경제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핵심 의제로 등장하며 전 세계에 소개된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차세대 생산혁명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것을 예견했고, 이것이 인류의 삶 전체를 바꾸는 거대한 파도가 될 것이라 선언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시작도 다른 산업혁명들과 마찬가지로 그 출발점은 스마트팩토리, 즉 제조업의 혁신이었다.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 기업들은 급해졌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연구하기 시작했고, 어디가 가장 앞서 나가는지를 찾고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Amberg)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를 꿈꾸는 자들의 교과서였다.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들이 스마트팩토리 추진 전략을 연도별로 설정하여 발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제조업혁신 3.0'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20,000개의 스마트팩토리를 보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다보스 포럼 이후, 스마트팩토리는 전 세계 제조업에 광풍처럼 휘몰아쳤다. 주요 전략컨설팅 그룹들은 앞다투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출시했고, 마치 그 솔루션들을 구매해서 적용만 하면 공장의 생산성이 미친 듯이 상승할 것처럼 홍보했다. 그런데 다보스포럼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과연 성공적인 스마트팩토리를 달성한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
스마트팩토리의 추진 목표
한때 스마트팩토리 추진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꽤 오래 담당하였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정의부터 필요했다. 새롭게 등장한 개념인 만큼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각 기업들은 저마다 자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정의하였다.
제조·IT·물류·서비스 등 각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이 정의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조금씩 상이하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스마트팩토리를 스마트 기술들(AI, IoT, 5G, 블록체인)이 적용된 공장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스마트 기술들이 적용되면 그 공장은 '스마트(Smart)' 할까? 스마트와 관련된 단어들 중 'E'로 시작하는 4개의 단어를 뽑아 스마트팩토리의 추진 목표를 정의해보자.
▷Easy, 스마트팩토리는 사람이 운영하기 쉬운 공장이 되어야 한다. KDI 경제정보센터가 종업원 수 10인 이상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스마트팩토리 운영 시 애로사항을 설문조사한 결과,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부족(24%)', '유지 보수 등 사후관리의 어려움(23%)'이 핵심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시스템과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호환이 되지 않아서 두 가지 시스템을 동시에 써야 하는 불편함과, 유지 보수를 위해 새로운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운영을 쉽게 하기 위해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했는데, 오히려 운영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경우 스마트팩토리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무리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솔루션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는 사람이 운영하기 쉬운 공장이 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비싸고 유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한다고 해도,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괴리감을 크게 느끼고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 솔루션은 성공할 수 없다.
▷Economical, 결국 스마트팩토리를 왜 하려고 할까?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 추구이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1억짜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했는데 얻는 것은 1천만 원 수준이라면, 이 공장은 결코 스마트팩토리라고 부를 수가 없다.
앞선 설문조사 중, 스마트팩토리 전환이 어려운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 '전환비용 부담(46.6%)'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실제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데는 단순하게 솔루션을 공장에 구현하는 비용만 드는 것이 아니다. IT/ERP/MES 관련 전문가가 없다면 이들을 고용해야 하고, 기존에 있던 직원들의 재교육 비용 또한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중소기업은 자신들의 수준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 자신들이 생각했던 비용보다 추가적인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중간에 타협을 하기 마련이고 시스템의 완성도는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하고 기존의 시스템과 얽혀 있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확률이 높다.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그 효과는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익성 분석이 따라야 한다.
▷Effective, 스마트팩토리는 효과성이 좋아야 한다. 효과성과 효율성(Efficiency)은 다른 의미이다. 효율성은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의미한다. 이는 'Economical'과 연결될 수 있다. 효율성은 주어진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똑같은 일을 수행하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성이다. 반면 효과성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 즉, 효과성은 방향이고, 효율성은 정해진 방향으로 얼마나 적절하게 나아가느냐를 의미한다.
많은 기업이 스마트팩토리를 수행하는 데 효율성에 치중하는 나머지 효과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팩토리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각 영역별로 추진해야 하는 우선 과제들이 다르고, 진행해야 하는 속도 또한 다르다.
올바른 과제를 선택하여 전략적인 계획 하에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효율성에 중점을 둔 접근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많다. 획일적인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실패를 보장한다.
2015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줌피자(Zume Pizza)'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하여 피자를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따끈따끈한 피자를 최대한 빨리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 대신 배달트럭을 활용했다.
배달트럭 안에는 56개의 오븐을 배치하였으며, 초벌 피자를 만드는 피자공장에서는 요리 공정 대부분을 로봇이 수행하였다. 반죽을 얇게 펴는 로봇, 소스를 바르는 로봇, 피자를 오븐에 넣는 로봇, 구워진 피자를 배달 차에 실어주는 로봇까지 도입하여 피자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였다. 그 결과, 피자 제작부터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평균 45분에서 21~22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만 읽어보면 정말 혁신적이고 스마트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실패하였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이 좋아도 피자가게의 성패는 피자 맛이 좌우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맛없는 피자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면, '따끈한 맛없는 피자'일 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성 높은 로봇이 아니라, 고객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찾아내고 이를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 효과적인 요리사였다.
스마트팩토리도 마찬가지다.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효과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올바르게 나아가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Eco-Friendly, 스마트팩토리는 친환경을 추구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친환경 공장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 친환경 캠페인에 애플, 구글,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당연히 거대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연관된 다른 기업들 또한 어쩔 수 없이 'RE100'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제는 'RE100'은 필수적인 납품기준이 되었다. 기업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친환경 에너지로 공장을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만 한다. 이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싶다면, 친환경 공장에 대한 고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술보다 목표에 집중해야
기술 혁신은 중요하다. 기술 혁신이 없으면 산업혁명 또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도, 그 공장이 '4E:Easy, Economical, Effective, Eco-Friendly' 하지 않으면 스마트팩토리라고 부르기가 어렵다. 우리는 기술보다 스마트팩토리가 바라봐야 할 목표에 집중해야만 한다. 기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지금도 끝없이 개발 중이다. 5G는 6G, 7G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스마트 기술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에 우리는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결국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임을 잊으면 안된다. 스마트팩토리는 '스마트' 해야 한다.
정봉주 공주대 경영학과 교수
jbj@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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